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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3. 09 [팀장 칼럼] 고향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업가 정신’

작성자
WDG Farm
작성일
2023-09-30 17:10
조회
511
스마트팜 전문기업 ‘우듬지팜’의 창업자인 김호연 회장은 젊은 시절 밭떼기로 배추를 따다 시장에 가져다 파는 것을 생업으로 했다. 5톤 트럭 한대를 끌고 여름에는 고랭지 농사를 짓는 강원도로, 겨울에는 월동배추를 심는 해남과 진도로 떠났다. 빗길과 빙판길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을 누비던 김 회장은 2004년 처음 ‘내 땅’을 마련해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김 회장은 41세였다.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2012년엔 소규모로 시설 원예를 시작했다. 소농이었던 그는 2013년 네덜란드에서 2주 과정의 농업전문가(PTC) 프로그램을 통해 농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온 그는 탄산가스 시비(거름주기) 등 선진농법을 벤치마킹했다. 대규모 온실의 증산 효과를 배운 그는 배추 장사를 하며 평생 모은 19억원을 모두 투자해 4000평 규모 온실을 만들었다.

그는 1년 농사 후 낸 수익으로 추가로 땅을 사고, 온실을 더 지었다. 자본이 부족해지자 농협을 찾아갔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투자자도 물색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관리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해당 펀드를 운영하는 투자사들을 찾아가 4곳으로부터 총 90억원의 투자를 받아냈다.

혁신적인 농법과 공격적인 투자로 우듬지팜은 현재 연 매출 450억원의 건실한 기업이 됐다.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스마트팜 선도 기업으로 세계에 K-농업을 알릴 전도사 역할까지 맡았다. 이뿐만 아니다. 우듬지팜은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토마토만 파는 게 아니라 180여개 계약·협업농가가 생산한 농작물의 포장과 유통, 판매처 확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사과와 포도를 재배하는 ‘청실홍실영농조합법인’의 김시호 대표는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농가보다 먼저 샤인머스캣을 재배했던 청실홍실은 2020년 ‘홍주씨들리스’ 묘목을 구해와 온실에 심었다. ‘샤인머스캣만 팔아도 떼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오던 당시에 남들보다 한 발 앞을 내다본 것이다.

붉은 빛이 도는 머스캣 계열 포도인 홍주씨들리스는 상당히 예민한 품종이다. 냉해를 입으면 색이 제대로 안 들고, 비를 맞아 녹균병이 생기면 알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올해는 3~4월 냉해로 포도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보기에도, 맛도 괜찮았던 포도였지만 그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팔지 않는다. 품질이 별로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수익성 악화가 걱정된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이죠”라고 했다. 장인이 따로 없다.

충북 음성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의 이정훈 농업연구사는 조선시대부터 숙원이었던 감초 국산화를 성공시킨 주역이다. 각종 품종의 이종교배를 통해 고온다습한 한반도에서도 잘 성장하는 ‘원감’을 개발했지만, 농가에 보급하진 못했다. 이종교배해 만든 품종이라는 이유로 약전 등재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 연구사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사막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연 상태의 감초 교배종을 찾았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가 따로 없었지만, 결국 4년여 만에 자연군락을 발견했다. 무모한 도전의 과실은 달콤하다. 농가 수익성 증대는 물론 감초를 활용한 2차 상품 개발까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조선비즈의 시리즈 기사인 ‘新농수산잇템’을 취재하면서 만난 K-농업의 희망들이다. 희망을 먼저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오늘날 농촌의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초고령화와 흉물스러운 폐가, 잡초가 무성한 농지까지, 추석을 맞아 찾은 귀성객들이 시골에서 목격할 농촌의 실상이다. 인구가 얼마에서 얼마로 줄었네’ 라고 하며 ‘농촌 소멸 위기’라고 부르는 것마저 사치다. 소멸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기 때문이다.

농촌 소멸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래도 ‘농촌 르네상스’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이들과 같은 ‘농촌 기업가(entrepreneur)’가 있기 때문이다. 농사꾼과 연구자가 무슨 기업가냐고 반문한다면, 그건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보는 것이다.

영국 최대 섬유 기업인 스위스콧(Swiscot)그룹의 CEO이자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인 ‘비카스 샤’가 쓴 인터뷰집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에서 스티브 케이스 전 AOL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가 정신이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업가는 변화 혁신,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주체이다. 기업가 정신은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지만 그 중심에는 혁신과 사람이 있다.”

같은 책에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기업가 정신은)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회를 발견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의 에너지와 지적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까지 동원해서 기회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실현할 방법은 아주 많다”고 했다.

이제 숙제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청년농을 육성하는 것이다.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청년 귀농’(歸農)이 아니라 ‘청년 창농’(創農)이라 부르자. 언어는 생각을 지배한다. 청년농 육성 프로그램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농사 방법을 포함해 농촌에 적응하는 게 그동안 청년농 교육의 주된 방향이었다면 ‘농업 기업인 육성’을 목표로 MBA와 같은 전문경영인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이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기업가처럼 행동하도록 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자는 얘기다.

달라진 자아 정체성은 사람으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 꿈은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이다. 청년농의 자아정체성을 탈바꿈하고, 원대한 비전을 품도록 하는 일에 농촌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비즈 윤희훈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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